무언가를 잃어버린 감정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하여 꿈을 꾸게 되었다. 삶과 죽음에서 오는 상실의 감정들은 꿈속에서 몽상가로서 상상 속 풍경에 빠져 새로운 세계를 가져다주었다. 정신적 사고의 버팀목인 회화의 붓 질로 쌓여진 보호막은 나의 기억의 산물이자 치유의 껍질로 태어난다. 나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내면의 생 채기와 짓무른 상처, 이별과 잃어버린 감정들을 회복하기 위해, 허물의 보호와 염원을 담은 쉼터를 만들게 되었다.
안정감의 원천을 잃었을 때, 일상의 크고 작은 잃음을 통해 공허함이 느껴질 때. 우리는 물리적, 정신적 상 실감에 매몰되고, 때론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지며, 상상하거나 말한 대로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회화를 통해 심리적 상실감을 주술적으로 은유하며, 수집한 드로잉과 꿈의 연상 이미지를 조합해 비현실적 세계인 백일몽 같은 회화의 늪을 만들어 냈다.
작품에 등장하는 누에와 같은 보호막인 엉켜진 실들은 유년기에 상처를 꿰매는 실이라는 치유의 경험에서 왔다. 중첩된 붓질과 겹친 실들은 쌓여진 기억의 보관이자 몰입의 과정을 나타낸다. 이는 정신분석가 디디에 앙지외(Didier Anzieu)의 ‘심리적 싸개’를 인용하여, 피부처럼 감싸는 자아 내면의 보호막을 의도했다. 무의 식의 환영의 공간이자 해소의 상징물들은 주술적인 의미로서 표현하였다.
나에게 만들어진 상상 속 자연과 예술은 격리된 어두운 세상에서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이며 삶이다. 12월의 눈처럼 간절한 마음이 쌓여, 작은 염원들이 모여 이루어낸 희망의 ‘염원의 파티’이자 따뜻한 내면의 축제를 작품으로 보여주어, 캔버스라는 거름망을 통해 회복되길 기원한다.
- 이유지 작업노트 2024